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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의료AI 실패 교훈 발판…서울대병원·더존, 국내 현실 반영한 의료 AI 시연

정창욱 서울대학교병원 정보화실장
정창욱 서울대학교병원 정보화실장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환자는 늘고 인력은 빠듯한데 진료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3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에 흩어진 데이터를 일일이 찾아야 하다 보니 처방 지연, 보험 삭감, 행정 착오가 반복된다. 서울대병원과 더존비즈온은 이 구조적 병목을 풀기 위해 AI와 데이터 통합을 해법으로 내놨다.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5’ 부대행사 ‘메디컬 인공지능(AI)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서울대병원과 더존비즈온은 병원 현장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데이터 분절과 행정 부담을 해소하고 진료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법이 발표됐다.


정창욱 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은 이날 발표에서 “진료부터 행정까지 전 과정에 흩어진 정보와 수기 전달이 오류·지연을 낳는다”며 통합 데이터와 AI 기반 의사결정·행정 자동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병원이 의사와 환자만의 공간에 그치지 않고, 약제부·보험심사·원무 등 다수의 백오피스가 맞물려 돌아가는 ‘밸류체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의사들은 짧은 진료 시간에 방대한 환자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데이터가 시스템별로 흩어져 있어 최선의 진료를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그는 ‘퇴원 당일 지연’을 꼽았다. 보험 기준에 맞지 않는 처방이 끼어 있으면 간호사·약제부·보험심사·원무가 차례로 얽히며 환자 퇴원이 늦어진다. 이 과정에서 병상 회전과 병원 재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발생한다. 정 실장은 “사전에 기준 적합성 점검과 알림이 가능했다면 불필요한 비용·절차를 줄일 수 있다”며, 고가 항암제 삭감 리스크도 사전 검증으로 예방해야 할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변화는 병원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양질의 임상 데이터와 현장 노하우, IT 파트너의 개발력이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상 전문가가 검증과 피드백을 반복하는 선순환을 통해서만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 대표는 병원 디지털 전환 전략을 ‘AI 에이전트’로 설명했다. 그는 단순 질의응답이 아니라 상황을 인지하고 추론해 행동한 뒤 결과를 피드백 받아 개선하는 4단계 구조를 강조하며,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또 하나의 직원처럼 작동하는 AI”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발표에서 시연된 더존비즈온 ‘원 AI 큐브(ONE AI Cube)’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구체적 해법으로 제시됐다. 현장에서 전이 전립선암 환자 증상을 입력하자, AI는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권고와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을 대조해 적합한 치료 옵션을 표로 정리해 보여줬다.


이어 해당 약제가 심평원 허가 사항에 부합하는지, 처방 시 어떤 심사 주의사항이 있는지도 함께 안내했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여러 지침과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절차를 단번에 줄여준 것이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

정창욱 실장은 과거 IBM ‘왓슨 포 온콜로지’ 한계를 언급하며 “왓슨이 제공한 치료 옵션에는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았거나 보험 기준상 사용할 수 없는 약제가 포함돼 있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만 단순히 적용했기 때문에 현장 활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 AI 큐브는 국제 가이드라인과 함께 국내 보험 심사 기준까지 제시한다”며 실제 진료에 바로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는 병원 디지털 전환의 큰 틀을 ‘AI 에이전트’로 규정했다. 그는 이를 단순히 답변을 내놓는 챗봇이 아니라, 상황을 인지하고 추론해 행동하며 피드백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에이전트가 전자의무기록(EMR), 전사자원관리(ERP), 데이터웨어하우스(DW) 같은 기존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MCP(Model Context Protocol)와 병원 AP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AI 에이전트가 EMR·보험청구·물류 같은 기존 시스템과 단절되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불러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식베이스는 RAG(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 방식으로 구성해 심평원 고시와 NCCN 가이드라인 규정을 맥락에 맞게 참조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 활용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안됐다. 예를 들어 ▲퇴원기록·처방 누락 자동 점검 ▲보험 삭감 리스크 탐지 ▲담당 환자 목록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메시지 자동 발송 등이 EMR·DW와 연결된 에이전트로 구현될 수 있다. 병상 현황과 외래 운영을 한눈에 보여주는 통합 대시보드, 입원 필요성 판단과 병실 배정 제안까지 이어지는 흐름도 소개됐다.


병원 내부 구성원이 직접 부서별 에이전트를 제작해 공유할 수 있도록 ‘원 AI 큐브’를 기반으로 한 제작 도구와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구상도 내놓았다. 이를 통해 각 부서가 필요에 맞는 전용 에이전트를 만들고, 이를 전체 병원 차원에서 확산할 수 있다. 나아가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AI 플로우’를 통해 삭감 방지, 감염 관리 등 특화된 기능을 조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방식도 제시했다. 결국 병원 내부 프로세스 전반을 AI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그림이다.


송호철 대표는 “AI는 의료진이 본질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동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병원 업무 전반에 스며드는 ‘실질적 혁신’이 목표라며, AI가 의료진과 협력해 환자 경험과 병원 운영을 동시에 개선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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